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July 27, 2015

결핍은 나를 견디게 해











시간이 많이 흐른 뒤 지금이 어떻게 기억될지 막연히 궁금해지는 밤이다.
영화를 보고 집에 가는데 습하고 선선한 공기가 좋길래 아파트 입구에 내려서 걸어올라가는 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.


프랭클린 어록 중 사람은 행복과 편한 것만 추구하지만 정작 게으름은 노동보다도 인간의 심신을 소모시킨다고 한다.
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때는 놀고 먹고 자는 일상이 아닌 절대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일을 노력으로 이루었을 때 라고 한다.


엄청난 자본주의 사회 구조와 급변하는 삶, 정서, 관계들에 슬픔과 멀미를 느낀다.
그 와중에 마음껏 꿈을 꾸고 소신껏 품위(?)를 지키며 안일한듯 열심인척 살아도 결코 굶어죽지 않으며 어떻게든 살아지는 것이 인생이라고 그 또한 맞다고 우기며 살아가고 있었다.
맞다. 결국 '어떻게든' 시간은 흐르고 '어떻게든' 살아지더라.
나이는 먹어가고 노력 없는 실패 뒤에 남는 건 부끄러움 뿐이더라.
나는 예술가도 시인도 재벌도 레지스탕스도 아닌데 날아드는 돌직구에 끝까지 우길 만한 배짱도 삶의 지혜도 아직 없다.
그렇게 아무런 희망도 열정도 사랑도 없는 그 막연한 '어떻게든'이 너무나 무서워졌다.


아직 경험해보지 못해서, 몰라서, 알고싶지 않고 몰라도 될 거 같아서, 귀찮아서, 사연 많아 보일까봐, 두려워서, 억세질까봐, 남들도 다 그렇게 사니까, 고상해 보이고 싶어서, 합리적이라서, 논리적이고 이성적이라서, 이제 성인이니까, 인격적이라서, 어떻게든 살아질 거라서,난 다르니까, 행복의 기준과 가치의 차이라고 생각했고 바득바득 우겼다.


나는 이제 그 어떤 고집과 합리화도 통하지 않는 어떤 시점에 서 있는 것 같다는 생각이 든다. 물러설 곳이 없다는 느낌?
돌아보면, 잘 생각해보면 30년을 넘게 온갖 핑계를 대며 내 입에 맞는 반찬만 골라 먹었다.
이렇다 저렇다 해도 결국 하고싶은대로만 살아왔다.
결국 면역력 약화와 영양실조를 몰고 온 꼴이다.


그러나 모든 위기는 기회.
또 한번의 터닝포인트.
맛 없고 진짜 내 입맛 아닌데 몸에는 좋다는 것들도 건강을 생각해서 먹어봐야겠다.
역시 결핍은 나의 힘.
일단 먹어보고 몸에 두드러기러도 나야 할 말이 있지 않겠나


겪고 볼 일
살고 볼 일
다른 건 몰라도 재미는 있을거야.
즐기다 보면 행복은 따라오겠지?